역사인물선교사

아버지가 찾아보라던 한부선 선교사, 만주 하얼빈에서 이어진 우리 가족의 인연

머니머니1004 2026. 10. 15. 22:32

아버지가 남기신 한 선교사님의 이름

 

세월이 흘러도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한부선'이라는 선교사님의 이름이 그렇습니다.

 

 

 

 

 

오래전 우리가 한국으로 오게 되었을 때, 아버지께서는 한 사람의 이름을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에 가거든 한부선이라는 선교사님을 찾아보아라. 이름은 한국 이름이지만 사실은 미국 사람이란다."

 

 

그때는 그 말씀이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금, 그 이름이 다시 마음속에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왜 그 선교사님을 기억하고 계셨을까요?

 

만주 하얼빈 근처 조선인 마을의 기억

 

 

아버지께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한부선 선교사님은 만주 하얼빈 근처에 있던 우리 가족의 집에 종종 들르셨다고 합니다.

 

정확한 마을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선교사님께서 집에 방문하시면 아버지의 어머니, 곧 저의 친할머니께서 식사를 대접하셨다고 합니다.

 

어떤 음식을 차려드렸는지, 그 자리에서 무슨 말씀을 나누셨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전해 들은 사실이 있습니다.

 

 

 

 

 

한부선 선교사님이 우리 집에 들르셨고, 할머니께서 그분께 식사를 대접하셨다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한국을 사랑했던 미국인 선교사

 

한부선 선교사님의 영어 이름은 브루스 헌트(Bruce F. Hunt)입니다.

 

1903년 평양에서 태어난 미국인 선교사로,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훗날 선교사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 한국교회가 신사참배를 강요받던 시절, 신앙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신사참배를 반대했습니다.

 

 

 

 

 

이후 만주 지역에서도 조선인 성도들을 위한 선교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1941년에는 일본 당국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광복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신학교육과 교회 사역에 헌신했습니다.

 

그러한 선교사님이 오래전 우리 가족의 집에도 찾아오셨다는 사실이 새삼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할머니가 차려드린 한 끼의 식사

 

당시 만주에서 살아가던 조선인들의 생활이 어떠했을지 생각해 봅니다.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시절, 할머니께서는 집에 찾아오신 선교사님께 식사를 대접하셨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역사 속 선교 활동은 교회와 예배당, 설교와 신학교를 중심으로 기록됩니다.

 

하지만 복음의 역사는 평범한 가정의 작은 식탁에서도 이어졌을 것입니다.

 

할머니께서 차려드린 식사가 특별한 음식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반갑게 맞이하고 음식을 나누는 일에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 작은 이야기가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 가족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왜 그분을 찾아보라고 하셨을까

 

 

아버지는 한국으로 가는 자녀들에게 한부선 선교사님을 찾아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 속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었는지 이제는 직접 여쭤볼 수 없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아버지는 오래전 우리 집을 찾아오셨던 선교사님을 자녀들도 알기를 바라셨던 것이 아닐까요.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선교사님의 이름과 미국인이라는 사실까지 기억하고 계셨다는 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세월을 넘어 이어지는 가족의 역사

 

 

한부선 선교사님은 1992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제 아버지도, 한부선 선교사님도 직접 만나 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남기신 말씀 덕분에 오래전 만주 하얼빈에서 있었던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유명한 인물들의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름 없이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기억도 소중한 역사의 한 부분입니다.

 

할머니께서 선교사님께 대접하셨던 한 끼의 식사, 그리고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남기신 한 사람의 이름.

 

그 이야기가 세월을 넘어 오늘 저에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언젠가 당시의 선교 기록이나 자료를 통해 그 시절의 흔적을 조금 더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버지, 이제야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한부선 선교사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께 직접 더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전해주신 그 이름만큼은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우리 가족의 소중한 역사로 남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