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는 왜 성묘를 할까? 우리나라 추석의 시작과 오래된 풍습
추석이 가까워지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는 것도 추석의 익숙한 모습이지만,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풍습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성묘입니다.
저도 추석이 되면 가족들이 산소를 찾아 성묘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아 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추석에 성묘를 하는 걸까?”
그리고 또 하나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추석을 지냈을까?”
매년 찾아오는 익숙한 명절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면 추석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성묘도 추석의 한 부분일까?

그렇습니다.
성묘는 조상의 묘를 찾아 살펴보고 정돈하며 조상을 기리는 전통적인 풍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석이 되면 가족들이 함께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는 풍습이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예전 농경사회에서 추석 무렵은 봄과 여름 동안 정성껏 가꾼 곡식과 과일을 거두기 시작하는 풍요로운 시기였습니다.
사람들은 새로 거둔 곡식과 먹거리를 준비하면서 한 해 농사에 감사했고, 조상도 함께 기억했습니다.
그래서 추석의 성묘는 단순히 산소를 찾아가는 일이 아니라 조상을 기억하고 가족의 뿌리를 되새기는 의미가 담긴 풍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묘와 벌초는 무엇이 다를까?
추석이 가까워지면 ‘성묘하러 간다’는 말과 함께 ‘벌초하러 간다’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두 가지를 같은 의미로 생각하기 쉽지만 조금 다릅니다.

벌초는 조상의 묘 주변에 자란 풀과 잡초를 베고 묘를 깨끗하게 정돈하는 일입니다. 여름 동안 풀이 많이 자라기 때문에 추석을 앞두고 미리 벌초하는 가정이 많았습니다.
반면 성묘는 조상의 묘를 직접 찾아가 살펴보고 예를 갖추며 조상을 기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추석 전에 미리 벌초를 하고 추석이 되면 가족들이 함께 산소를 찾아 성묘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추석보다 일찍 성묘를 다녀오는 등 모습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리나라 추석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추석의 역사는 생각보다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오늘날과 똑같은 형태의 추석이 정확히 어느 해부터 시작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기록을 통해 삼국시대에도 오늘날 추석과 관련된 풍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유리왕 때의 **가배(嘉俳)**에 관한 기록이 전해집니다.
당시 여성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일정 기간 길쌈을 하고 음력 8월 보름에 결과를 가렸으며, 진 편에서 음식을 마련해 함께 먹고 노래와 춤을 즐겼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록은 오늘날 추석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오래된 기록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보내는 추석의 모든 풍습이 그때 한꺼번에 만들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랜 세월 동안 농경생활과 계절의 변화, 조상을 기리는 풍습,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문화 등이 이어지고 변화하면서 오늘날의 추석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옛날 추석에는 어떻게 보냈을까?
예전의 추석은 지금처럼 단순히 며칠 쉬는 연휴의 의미만 있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농사를 중심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가을은 한 해 동안 땀 흘려 키운 농작물을 거두는 중요한 계절이었습니다.
추석 무렵에는 새로 거둔 곡식과 과일을 준비해 조상을 기리고 가족과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성묘뿐만 아니라 씨름, 강강술래 등 여러 놀이를 즐기며 이웃과 함께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살펴보면 옛날의 추석은 조상을 기억하는 날이면서 수확의 기쁨을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누는 명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성묘 풍경도 변하고 있다
요즘 추석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족들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면서 추석 당일에 모두 모이기 어려운 가정도 있습니다.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거나 지내지 않는 가정도 있고, 묘지가 아닌 봉안당 등을 찾는 가족도 있습니다.
성묘하는 날짜도 꼭 추석 당일만 고집하지 않고 가족들이 편한 날을 정해 미리 다녀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달라졌다고 해서 가족을 기억하는 마음까지 달라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직접 산소를 찾는 사람도 있고, 가족들과 함께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이야기를 나누며 기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추석을 보내는 모습은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매년 했던 성묘를 다시 생각해 보니
저도 그동안 추석에 성묘를 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하니까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명절 풍습 정도로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추석과 성묘의 의미를 하나씩 살펴보니 그 안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산소 주변의 풀을 정리하는 벌초에도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고, 가족이 함께 산소를 찾는 성묘에는 먼저 살아간 가족을 기억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석이라는 명절에는 한 해 동안 얻은 수확에 감사하고 그 풍요를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누었던 옛사람들의 생활도 담겨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추석을 보내는 방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앞으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먼저 떠난 가족을 한 번쯤 기억해 보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명절의 의미를 이어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성묘를 가게 된다면 예전처럼 그저 다녀오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우리 가족은 언제부터 이곳을 찾아왔는지, 그리고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어떤 추석을 보냈는지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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